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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시작.

 

2016년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나에게 썩 유쾌한 해는 아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극심한 우울증과 슬럼프는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이어졌고, 덕분에 심신은 너무도 지쳐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어떻게든 좋으니 나이를 빨리 먹어서 이 모든 것이 훌쩍 지나가버리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한 살, 두 살 이룬 것 없이 나이만 먹어간다는 공포감의 사이에서 발버둥치던 그런 나날들이었던 것이다.

휴가를 7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여행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도 일단은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 컸다.

여행을 다녀오면 적어도 모든 것이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지겠지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고, 그래야만 했다.

 

 

유럽은 성인이 된 이후에 내가 가본 유일한 외국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역이다.

1998년에 떠난 첫번째 배낭여행, 그리고 13년 후 2011년에 떠난 여행까지 단 두 번의 경험이었지만 만족도는 다른 지역이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높았고 이번 목적지로 유럽을 정한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국가의 선택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5년 전 여행에서 가보지 못한 남부 유럽에 대한 갈망이 컸고, 10일 안팎의 짧은 기간이기에 포르투갈을 과감히 배제하고 스페인에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떠나게 되었다.

 

 

02. 끝, 그리고 여행의 기록.

 

스페인 여행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실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진 못하였다.

휴가가 끝난 후 현실에 돌아와 여전히 우울함과 아쉬움에 허덕이고 있을 때, 릴로는 여행기 써볼 것을 제안했다.

릴로는 안면을 튼지 어느덧 15년이 넘은, 나보다 3살 어리지만 내가 많이 좋아하고 항상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는 동생이다.

글을 작성하고 사진을 고르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면 여행의 즐거움이 오래 갈 것이라는 제안을 받고, 사실 많은 고민을 했다.

글을 작성해야 한다는 귀찮음보단 찍어온 사진도 적었고, 여행기를 작성할만큼 내가 경험을 했는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글을 써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난생 처음으로 여행기를 작성해보려 한다.

 

 

본 여행기는 2016년 여름휴가를 통해 다녀온 스페인 여행에 대한 기록이 될 것이다.

많은 사진을 내포하고, 알찬 정보가 가득한 그런 여행기는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이 가득하고 유머코드를 포함하지도 않는 그런 글이 될 것이다.

시리즈가 길게 갈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본 여행기를 끝내고 난 후, 적어도 자그마한 것이라도 얻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인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이 곳을 방문하는 분들도 얻어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그럼 변변찮은 글재주이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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