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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견문록/[2016] Spain

#01. Hello, BCN

Bluezoo 2016. 11. 20. 23:03



01. A U Ready?

 

여행지를 정하고 휴가 일정을 팀 내에서 조율하고, 이런 과정들을 거치며 휴가가 주는 흥분감과 쾌감을 느꼈어야 했지만

사실 그런 감정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일이 너무 바빠서 그런 감정을 느낄 여유조차 없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감정적으로 쳐져있으니 휴가 준비가 주는 흥분감 따위로는 이겨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5년 전 배낭여행 때와는 달리 두 달여의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준비과정은 도무지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대략의 도시와 남부지방은 반드시 렌트를 해야겠다는 막연한 그림만 그리고 있었을뿐 실제의 준비로 이어지진 않았던 것이다.


이러다간 렌트는 커녕 여행을 제대로 갈 수가 있을까 하는 무서움이 들고나서야 본격적인 준비의 막이 올랐다.

지난 여행에서는 대학생 때를 추억한다며 호기롭게 큼지막한 배낭을 메고 떠났다 큰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4바퀴 샘소나이트 캐리어 구입을 시작으로 각종 용품들을 닥치는대로 사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십만원이 훌쩍 넘은 쇼핑을 하고서도 시원하게 물을 마셔야겠다는 명목 하에 보온병을 고르고있는

내 자신을 보게되었고, 뺨을 세차게 후려갈긴 후 인터넷을 창을 닫고서야 준비물 쇼핑은 마무리짓게 되었다.

(여행용품 준비는 유명한 트레블 메이트 사이트를 이용하였다.  http://www.travelmate.co.kr/)


< 인증샷.jpg >


이제 남은 것은 렌트 준비와 세부 일정 조율이었다.

스페인 렌트에 대해 정보를 검색해보니 AVIS, Hertz와 같은 대기업이 있는가 하면 많은 지역 업체들도 있었다.

국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었는데 지역업체는 가격에 장점이, 대기업은 차량과 보험 서비스에 강점이 있었다.

지역업체가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보험 대행업체를 통해 진행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해외에서의 첫 렌트라는 점을 고려하여 보험처리가 보다 손쉬운 대기업으로 정하기로 하였다.

(렌트 업체는 Hertz로 정하였고, 국내 대행사인 여행과 지도 업체를 이용하였다.  http://www.leeha.net/)


문제는 금액이었다.

국내 렌트와는 다르게 금액이 상당히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본 렌트비용은 저렴한 편이었으나, 각종 옵션들이 붙으며 3일 렌트에도 수십만원이 되는 지경이었다.

유랑에서 보이던 렌트 모집글이 괜히 있는게 아니었구나 라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인원 모집글을 올렸으나,

일정 조율과 렌트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인원이 쉽사리 모이지 않았다.

몇 차례 같은 글을 올리고서야 렌트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쪽지를 받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이것이 패착이었다.

인원을 모집하여 진행하는 렌트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된다는 사실을 이번에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 반드시 여행 전에 몇 차례 만남을 통해 여행의 목적과 성격, 그리고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나눠본다.

  · 지역이 멀 경우 만남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에 가급적 같은 지방에 사는 사람을 우선시 한다.

  · 인원이 모이지 않아 초조하더라도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말고 렌트를 포기하거나 차라리 혼자 진행토록 한다.



물론, 위 사항을 따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는 여행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그 가능성이 높지않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할 것이다.

(얼굴이 이 모든 것들보다 앞서는 것 같기는 하다. 결론은 내가 나쁜 놈.)


동행이 정해지고 이제 인터넷을 뒤져가며 정보와의 싸움을 시작했다. 도시 갯수가 많으니 숙소 예약부터가 난항이었다.

적당한 가격대여야했고 주차가 가능해야 했으며 도심에서 너무 떨어지지 않아야 했다.

아파트부터 호텔까지 다양하게 알아보았으나 휴가철인 탓에 좋은 숙소들 잡기가 쉽지 않았다.

숙소 검색만으로도 벅찬데 관광 명소, 렌트 동선부터 식당 정보까지 알아보려니 그 양이 상당했다.

더군다나 나는 남부지역 이외에도 기타 내 일정에 포함되는 이동방법부터 숙소, 관광정보까지 챙겨야했다.

주먹구구식 준비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유랑을 통해 구한 일정표를 참고해 직접 일정표를 만들어 관리를 시작했다.


2016년 스페인 여행.xlsx

(미흡하지만 혹시라도 기본적인 일정 정리 파일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까 싶어 올려본다.)


눈 코 뜰 새 없이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사실 출발 전 날까지도 계획했던만큼의 수준에 도달하진 못하였다.

숙소야 당연히 예약을 끝마쳤지만 각 도시들의 세부 정보는 미처 다 알아보지 못하였고,

바르셀로나에 집중한 탓에 특히나 남부지역의 관광지식은 부족하기 짝이 없었다.

이렇듯 쳐져있던 탓인지 여행 준비 속도가 나오지 않다보니 출발 당일 새벽까지도 짐을 꾸리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무게도 미처 재보지 못한 채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출발일이 되었다.


02. 19.8 kg


5년만에 다시 찾은 인천공항은 반가움이 아닌 낯설음 그 자체였다.

출국수속 절차부터 몇 층부터 가야하는지 여긴 어딘지 마치 공항을 처음 찾은 사람처럼 허둥대기 시작했다.

일단 환전절차부터 진행하기로 하고 우리은행 창구를 찾기 시작했다.

릴로를 통해 이미 환전은 완료하였으나 추가 금액의 필요성을 느껴 위비뱅크를 통해 미리 신청해놓은 터였다.

기다리는 사람이 적어 환전은 금새 마무리 되었고 출국 수속을 위해 서둘러 이동하였다.


그러나 빠른 수속 절차를 위해 미리 웹 체크인을 완료했음에도 알 이탈리아는 전용 창구가 없어 무용지물이었다.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으나 인천에는 전용 창구가 없어 어쩔 수 없다며 웃으며 sorry를 말하는 승무원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건 오로지 조용히 -한국어로- 욕설을 읊조리며 서둘러 줄을 서는 일이었다.

수속 줄은 이탈리아인 특유의 느긋함 때문인지 줄 길이에 비해 줄어드는 속도는 더할 나위 없이 느렸고,

나름 여유를 가지고 공항에 도착했던 나는 점차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티켓팅을 기다리면서 문득 새벽에 짐을 모두 꾸린 후 무게를 재보지 못한 사실이 떠올랐다.

삼성역 도심공항에서 버스를 타기 전 잠깐 무게를 재봤을 때도 아슬아슬했기에

지체된 시간이 주는 초조함과 더불어 초과 무게 우려가 주는 긴장감까지 스트레스의 압박에 황송할 지경이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며 준비해온 웹체크인 서류와 함께 캐리어를 올려 놓았다.

측정된 무게는 19.8 kg.

저울도 없이 기가막히게 한계 무게에 맞춘 것은 대단하지만 아무리 삼각대를 넣었다한들 어째서 20 kg에 가까운

무게가 되었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의아할 뿐이다.


웹 체크인 덕분에 티켓팅은 별다른 절차 없이 손쉽게 마무리 되었고, 서둘러 출국심사대로 이동하였다.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출국심사를 무사 통과 하였고, 그제서야 나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여유시간이 조금 있었던 관계로 가뿐히 톰포드 선글라스를 충동구매 해준 후 드디어 비행기 게이트로 이동하였다.

인터넷 티켓팅 당시 좌석 지정 때문에 고민이 참 많았는데 장시간 비행이다보니 무엇보다 발이 편해야했다.

비상구 좌석을 지정하고자 했지만 이미 전 좌석이 예약되었던터라 벌크 헤드 좌석(bulk head seat)이라 불리는,

보통 비상구 옆에 위치한 앞면이 벽으로 막힌 좌석을 선택했다.

비상구 좌석만큼은 아니지만 발을 쭉 뻗을만큼의 공간은 충분하다기에 선택하였는데, 훌륭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 요렇게 생겼어.jpg feat. 퍼옴>


맛없는 알 이탈리아 기내식과 맥주를 마시며 장장 12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드디어 로마에 도착했다.

(알 이탈리아는 가급적 맥주 말고 와인을 드세요. 아니 그것보다 일단 알 이탈리아는 이용하지 마세요.)

약 2시간의 대기 끝에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탑승했고 난 또다시 맛없는 알 이탈리아 간식과 맥주를 먹어야만 했다.



03. Hello, BCN


8월 12일 14시 30분경 출발한(원래 예정 시각은 13시 50분이었으나 문제가 있다며 가뿐히 연발하는 알 이탈리아 클라스) 나는

드디어 당일 23시 15분경 바르셀로나에 도착을 하게 되었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놀란 점 중 하나는 표지판에 언어가 3가지로 나타나 있었다는 점이다.

영어, 까탈루냐어, 스페인어 3가지로 표기가 되어 있었는데 책을 통해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실제로 표지판을 목격하니

상당한 이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까탈루냐어는 프랑스어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언어로써, 스페인어와는 문법적으로도 단어도 상당히 다르다.)

밤이 많이 깊었고 묵을 숙소가 버스 정류장에서 떨어져있는 탓에 택시를 타기로 결정했다.

택시타는 곳에는 커다란 표지판이 하나 있었는데, 시내로 이동할 경우 대략적인 금액과 소요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간혹 인천공항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택시비를 사기친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도 이러한 표지판을 도입한다면 사기 방지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국내 택시기사 뺨치는 화려한 운전실력으로 20분을 못 달려 드디어 오늘 묵을 숙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바르셀로나에서 묵을 숙소로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을(정식 호스텔 업소) 예약해 놓았는데,

공교롭게도 도착 당일은 예약이 모두 마감되어서 민박집 근처의 다른 호스텔을 예약하였다.

"Hello BCN" 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호스텔은 사실 같은 부서의 차장님이 알려준 곳인데, 체크인을 하고 구석구석 둘러보니

화장실이며 기타 시설들이 매우 깔끔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고 조식도 제공되므로 특히 장기간 머물 경우 매우 유용할 숙소라고 판단된다.

(홈페이지 주소는 여기이나  http://hellobcnhostel.com/en/  비용의 차이가 없기에 부킹닷컴을 이용했다.)


배정받은 방에 들어오니 내가 잘 침대를 제외하고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어차피 밤에 도착하여 잠깐 눈만 붙일 목적이었기에 8인실같은 다인실은 가급적 피하고자 4인실을 예약했던 것인데,

이 방에 머무르는 외국인들은 그야말로 "숙소는 잠을 자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뿐" 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각종 옷이며 짐같은 것들이 바닥이며 침대며 캐비넷에 널부러져 있는 상태였다.

잠시 방을 보며 멍하니 있다 장시간 비행 탓인지 밀려오는 피곤함에 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캐비넷에 주요 물품들을 넣은 후 이부자리를 셋팅하고 자리에 누우니 그제서야 외국에 왔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불을 끄고 혼자 침대에 누워 살짝 열린 창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을 맞고있으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불안한 심리상태와 끝도 없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기분, 여행을 떠나올 때의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런 것들을 다 잊고 바람 소리를 즐기고 싶었다.


그렇게, 바르셀로나에서의 첫 날이 서서히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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